Profile ImageSHIN SA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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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명륜 2가 8-29번지 5층어느덧  세번째 작업실인 현재의 주소다. 이전의 작업실과 달리 지금의 작업실에는 벽걸이 시계가 없다. 있기는 하지만 하루에 딱 두 번만 정확한 시계가 있다. 그전의 작업실에는 냉장고 옆한쪽 벽면에 보기 좋게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은 시계 없는 작업실이지만 가끔 무의식적으로 시계가 있었던 냉장고 옆벽을 바라보곤 한다. 작업을 할 때만큼은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에서 해방된 듯한 경험을 한다. 시간의 경과를 바늘의 이동거리가 아닌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오롯이 느낄 때가 좋다. 타인과 공유하는 객관적인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아무런 제약 없는 주관적이고 실질적인 시간들이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작업을 이어간다.  -201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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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뛰어놀았던 아파트 단지를 지나간 적이 있었다. 지금은 특이점 하나 없는 아파트 단지중에 하나이지만 그때 그 시절의 아파트 단지는 다른 어떤 곳보다 재미있으며 무섭고 흥미로운 장소였다. 그때 그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다 밤이 늦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돌아갈 때도 무엇인가 아쉬워 내일을 기약하고 집으로 향하곤 했었다. 내일을 기약했었던 같은시간 속에서 감정을 나눴던 그때의 친구들은 누구였을까? 지금은 낯선 이가 되어버린 그때의 그 시절을 같이 했었던 친구들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까? 늦은 밤 아쉬움을 간직한 채내일을 기약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그때의 친구들의 뒷모습만 나에게 잔상으로 남아있다.   -2016.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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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그녀가 떠나갔다. 그녀는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고 홀연히 떠나가 버렸다. 다른 누구보다 각별한 관계였던 그녀였지만 떠나보내고 돌이켜보니 나는 그녀에 대하여 알고 있는데 많지 않았다. 뭐하나 잘해준 것 없던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고 믿어주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고 언제나 내 편이었던 그녀가 떠나간 그 장소는 다른 장소보다 많은 감정들이 깊고 진하게 침잠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 감정들은 각기다른 물체에 그대로 투영되어 형상화되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감정들은 짙은 안개처럼 사방에 퍼져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진실된 공간이자 누군가에게는 삶의 한 부분인 그 장소에서 그녀가 떠나갔다.  -2016.6.10-                     
소소하지만 다양한 일상의 경험들이모여 심상에 따라 하얀 평면 위에 형상화가 이루어진다. 일상에서 받는 감정들과 사회에서 받은 영향, 스트레스 등 모든 것을 쏟아낸다. 작품의 과정은 나에게 있어서 스트레스의 해소법이기도하며 나의 흔적을 남기는 행동이다. 마치 그림일기와 같으며 스스로 기록하는 육아일기와 같다. 쑥스럽기도 하면서 뿌듯한 마음도 공존하고 민망하기도 하면서 은근 칭찬받기를 기대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어린 시절 선생님에게 일기검사를 받고 되돌려 받은 일기장은 빨간 색연필로 비가 오는 날이 허다했지만 이따금 파란 도장이 찍혀있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누군가에게 자랑도 했었고 내가 쓴 일기를 몇 번이고 읽어보며 흡족해했었다. 나에게 작품 활동은 어릴 적 쓰던 그림일기와 닮은듯하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띄어쓰기도 미숙하고 맞춤법을 틀리기도 하며 문법도 마구잡이로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쓰고 있는 거 같다. 내가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로 인한 감정을 문자를 대신해 점 또는 흔적으로 나타낸다. 문자가 사라져버린 현재의 일기는 나의 치부를 가릴 수도 있고 각색이 될 때도 있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그 가려진 부분들이 더욱 선명한 모습으로 나타나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예전의 파란 도장들이 타인의 강요에 의한 달콤한 보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지금의 파란 도장은 오직 나를 위한 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각박한 삶의 최고의 보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고서적을 찾으려 들른 황학동의 한 서점에서 오래돼 보이는 편지를 발견했다. 알 수 없는 문자로 가득 채워진 그 편지에는 지워지고 다시 쓰이고 망설이다 찢어진, 어렵게 어렵게 글을 이어나간 흔적 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이 묻었는지 색이 바래 번진 흔적, 거미줄처럼 얽혀버린 문,마구잡이로 지운 흔적 그리고 정성스럽게 잘 접힌 종이 자국...... 문자의 의미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오래된 편지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문자의 존재 이유를 초월해버린 즉 문자의 껍데기를 벗어던진 실오라기 하나 없는 순수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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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eongNyun 2-ga 8-29 5fl, JongRo, Seoul
This is the address of my third studio already. The current studio does not have a wall clock like my previous studio. The previous studio had the wall clock located right beside the fridge like it belonged to that space. I do not have a wall clock in my current studio, but I still subconsciously check beside the fridge. When I do work, I experience the freedom of time from its objective and physical definition. I feel the passage of time through the process of my work, not through the movement of the clock needles. This time is not shared with other people, but it becomes subjective and essential time for me with no restriction and interruption. I continue my work in that time.   -201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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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going through an apartment complex that I used to live and play when I was a very little kid. There was nothing special about this particular apartment complex, but at the time it was the most entertaining, interesting, and somewhat scary place for me. At the time, I played out till late at night with friends, and when I hear my mom calling, I went back home promising to meet and play again tomorrow.  Now that I think back, who were those friends that I shared that time and feelings together? Will those friends, who are now strangers to me, remember that time? There is only the afterimage of their silhouettes in my memory who promised to meet again.  -2016.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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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of 2016
She was gone. She left suddenly, leaving many things behind. Our relationship was very special, but after she was gone I realized I did not know many things about her. I did not do anything nice for her, but she always loved me unconditionally, always trusted me, and worried about me in every second. The place she left was a place that contains many sorrow deep feelings. Those feelings were reflected in different objects. Those feelings were spread out like a dense fog. She left in a place where it speaks the most truthful language ㅑin the world.  -2016.6.10.-


On a white paper, those insignificant but variety of experiences get together and form a shape. I pour out different feelings from our society, daily stress, etc. The process of my work is a sort of stress reliever or an act of leaving my traces behind. It is like a picture diary, or a nursery diary for myself. It is sometimes awkward to hare, but I am proud of my work; at times, it is embarrassing but I see myself wanting to be recogniz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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